1980년대와 1990년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화를 갈망했던 선배들의 크나큰 희생을 통해 이루어낸 사회와 제도의 민주화는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이를 통해 전무후무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경제적 발전을 이룩해 낸 대한민국, 이곳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근에는 오징어게임, BTS, 블랙핑크 등 K-한류와 K-푸드의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불고, 전 세계적으로 ‘아미’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팬덤이 생기면서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 살고 싶다는 희망과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경제력은 지난 20여년 전에 비교한다면 엄청날 정도로, 집집마다 자동차를 한 대 이상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성과는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롤모델로 ‘되고 싶은 국가’가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핵심 가치는?
작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 이미 1990년대 OECD 선진국의 대열에 첫발을 들여놓았고, 신자유주의적인 사고 속에서 모든 것을 ‘돈’이라는 잣대로 사람들을, 그리고 직업을 평가하는 사회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매일, 매 순간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우리는 이들 정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의 일들을 저울질하여 판단한다. 최근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는 ‘부동산이 얼마 올랐어,’‘주식이 얼마 올랐어,’로, 돈이 모든 삶의 기준이 되어 버린 사회가 된 것 같다. 대학도 장래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 보장된 학과를 선택한다. 이미 대학을 입학한 학생들이 반수, 재수를 하여 의대를 진학하려고 하는 광기와 같은 의대 열풍도 결국은 돈 잘 버는 직업으로서 의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씁쓸하기만 한 소식이다. 모든 삶의 판단 기준에 ‘돈’이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고 있는 초저출산율 문제도 알고 보면 ‘돈’ 문제가 핵심 문제이다.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양육하려고 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대출받아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보니, 결혼을 미루고, 안 하고, 설령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우리 세대의 모습이라는 기사를 보면 다시 씁쓸해진다. 과거에 ‘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표어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옛 표어가 된 지 오래되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 “한국은 끝났다”라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기사도 그 중심에는 초저출산율 문제가 자리잡고 있고, 그 핵심에는 돈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핵심가치로 자리잡은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돈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가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사회 속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사회적 불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 등의 불명예스러운 요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23년 기준 GDP 기준으로 세계 13위 국가인 경제대국에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다. 돈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만든다. 가지고 싶은 것도 살 수 있고, 여행도 맘껏 갈 수 있고,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돈, 돈, 돈.. 하나 보다. 그런데, 돈은 편리와 풍요를 줄 수는 있지만, 행복이라는 가치를 선물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 사회에서 갈등은 돈 때문에, 돈이 많아서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부자 부모의 유산 배분 문제로 자식들 간에 칼부림나는 갈등이나 법적 소송이 제기되기도 한다.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삶의 갈등, 가족 간 갈등, 분쟁 등을 생각해 보면, 돈은 분명히 매력이 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돈보다 중요한 삶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중요한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행복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직장일 수도 있고, 신앙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다. 아니 또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불평등이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소외감이나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하거나 정파간 분쟁으로 인해 갈등으로 치닫는 사회가 아니라, 공감능력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신뢰하면서,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어 하고,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그런 우리 대한민국, 그런 삶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