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 수 1300만명을 넘어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흥행으로 촬영장소, 등장인물들게도 이목이 집중됐는데, 특히 조선대와의 인연이 많아 화제가 됐다. 황정민과 정우성이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인 장면은 조선대 본관 복도에서 촬영됐으며, 영화속 등장인물인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과 정선엽 병장이 조선대 출신임이 일려지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1000만 영화 ‘서울의 봄’을 파헤쳐 보자.
촬영장소…조선대 본관 복도, 대피소 등
조선대에 따르면 영화 ‘서울의 봄’ 제작진은 지난해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조선대 본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촬영 장소는 본관 1~3층 복도(중앙~북쪽)와 본관 뒤편 대피소와 그 주변 등이다. 특히 복도에서는 영화 초반부 주인공인 배우 정우성과 황정민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복도에서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과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이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인다. 이 장면에서 이태신은 자신에게 “같은 편 하자”고 말하는 전두광에게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본관 뒤편의 지하대피소는 영화 중 후반 육군본부 B2벙커 입구로 등장한다. 촬영 당시 이곳에는 ‘육군본부’, ‘제한구역’등의 표지가 부착, 군부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울러 본관 중앙 계단(1-2층)은 4공수 대원들이 송파 특전사령부 참모들을 체포하고, 배우 정만식이 연기한 공수혁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러 진입하는 길목으로 등장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공수혁(정만식) 특전사령관과 함께 남은 오진호(정해인) 소령이 반란군 세력에 포위돼 총탄 공격을 받으며 사망하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힌다.
조선대 출신 등장인물…장태완 전 수도 경비사령관, 정선엽 병장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조선대 동문인 부분도 눈길을 끈다.
배우 정우성이 분했던 주인공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은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티브로 했다. 1931년생 장태완은 조선대 법학과 58학번이다. 대구 상고를 졸업한 장태완은 6·25가 발발하자 19살의 나이로 육군종합학교에 갑종 장교로 지원, 소위로 임관하면서 대학에 가지 못했다. 이후 1952년 광주에 군사교육총감부가 설치되고, 조선대가 위관·영관 장교 위탁 교육을 맡으면서 장태완은 법학과 학위를 받았다.
영화 후반부에서 육군본부 B-2벙커를 지키는 조민범 병장은 당시 조선대에 재학중이던 정선엽 병장을 모티브로 했다.
영암 출신인 정 병장은 1977년 3월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 1학기를 마치고 입대했다. 그는 국방부 헌병으로 복무하다 제대를 얼마 앞두지 않은 1979년 12월 13일 초병 근무를 서다 반란군의 총탄에 맞고 사망했다. 정 병장은 사망 후 군 인사법상 교육훈련 중 사망한 ‘순직’으로 분류됐고, 지난해 12월에야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의해 ‘전사’로 변경, 명예를 되찾았다. 정 병장은 12·12 군사반란에 맞서다 숨진 ‘조민범 병장’으로 등장한다.
조선대는 정선엽 병장에게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 중인데 현재 정 병장의 유족인 형 정훈채 씨, 동생 정규상씨와 명예졸업장 수여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2월 16일 수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고 정선엽 병장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번에 명예졸업장 수여를 결정했다”며 “최근 ‘서울의 봄’ 영화를 통해 12·12 군사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을 계기로 그동안 잊혀졌던 고인에 대한 고귀한 희생을 모교 후배들과 지역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병장의 동생 정규상 씨는 “지금처럼 형의 죽음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해 준 조선대에 감사하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