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보내는 시간의 절반 이상은 유튜브와 함께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으나 최근 유튜브는 없어서는 안 될 내 친구이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틱톡, 인스타 릴스를 포함해 타 동영상 플랫폼들도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나는 유튜브를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실제로 유튜브가 다루고 있는 범위는 정말 다양하고 방대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다. 글을 쓰려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 같다. 우선, 나는 주위가 조용한 것을 정말 싫어해서 혼자 있을 때는 무조건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재생시켜 놓는다. 혼자 밥을 먹게 될 때에는 먹는 방송을 시청하기도 하고, 휴식 시간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무대 영상을 보기도 한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는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이나 영화 소개 영상 등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영상을 시청한다. 공부 중 모르는 내용이 있거나,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모르는 정보를 검색해야 할 때조차 검색창보다 유튜브를 훨씬 많이 사용한다. 특히, 어떤 정보에 관한 내용은 영상화 되어 있을 때 훨씬 더 잘 습득되는 느낌이다. 이 밖에, 나열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사소한 상황에서도 내 가장 가까운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유튜브를 잘 사용하고 있는 나도 모든 동영상 플랫폼과 거리를 두고 지냈던 때가 있었다.
때는 9년 전인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이다. 당시 나는 엄마와 하루에 1시간정도만 유튜브를 보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날도 저녁을 먹은 후 방에서 유튜브로 당시 유행하던 ‘액체괴물 만들기’영상을 시청했다. 알고리즘으로 밑에 미리보기들이 쭉 떴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중 하나를 눌렀다. 영상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썸네일이 누가 봐도 아동용 컨텐츠였으나 그 영상은 성인물이었다. 순수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에 시달려 잠들지 못했던 끔찍한 그 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혹시 또 그런 영상을 보게 될까 하는 어린 마음에 꼭 필요한 상황에도 유튜브를 시청하지 못했다. 물론 거의 십 년 전의 일이라 지금은 정책이 더 강화되고, 세상이 많이 바뀌어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어린 내가 받았던 충격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남았던 트라우마가 시작점이 되어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유튜브와 절교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유튜브와 화해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나 스스로 규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유행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 클립이나 유튜버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도 그 대화에 끼고 싶었다. 또, 인터넷이 대중화된 시대에 계속해서 유튜브 시청을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현명하게 유튜브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운 내 규칙은 “유튜브에 의존하지 않기”이다. 유튜브를 포함한 여러 동영상 플랫폼들은 종일 영상 시청만 하며 보내기에도 충분할 만큼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들로 넘쳐난다. 그렇기에 시간을 그것만 하며 보내기에도 충분하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도 의미 없고 자극적이기만 한 영상을 시청하며 시간을 버리기 쉽다. 유튜브에 의존적이게 될수록 아무것도 재생시켜 놓지 않으면 허전한 느낌이 들고,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영상이라도 재생시켜 놓게 된다. 그렇게 계속해서 유튜브에 의존하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사실 나도 가끔 세워 둔 규칙들을 잊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휴대폰 속 유튜브의 ‘스크린 타임’이 점점 늘어난다. 이는 내 유튜브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에 의존적이게 되어갈 때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은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럴 때마다 내 규칙들을 상기시킨다. 또한, 의존성이 높아지면 정말 짧은 시간조차 유튜브 없이 생활하기 힘들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일들로만 하루를 채워나가도 충분한데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쓸데없이 버리는 것은 나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학교 친구들과 뛰어놀기보다 나만의 친구를 손에 쥐었다. 아무리 짧은 시간에도 청각적, 시각적 자극이 없으면 미칠것 같이 심심했고, 또다시 유튜브를 재생시켰다. 결과적으로 나는 시력도 많이 나빠졌고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나를 발견했을 때의 좌절감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있지는 않을까, 주기적으로 나를 되돌아보며 자아성찰을 한다.
이게 바로 내가 세운 나만의 친구 사용설명서이다. 유튜브를 사용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내가 세운 규칙에 나를 비교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유튜브가 친한 내 친구이기 때문에 서로 어느정도 선을 둬야 할 뿐만 아니라, 나는 내 친구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된다.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뒤따르는 위험성도 있다. 이를 예방하고 미리 방지하는 것이 동영상 플랫폼을 포함한 SNS으로부터 독립하고 소중한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21세기, 밀려들어오는 콘텐츠들과 의미 없는 정보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내 자신을 굳건히 할 필요가 있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