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매우 추상적이고, 심오하고, 복잡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생각을 깊이 있게, 많이 해야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조선대학교에 온 이후 나는 내가 보는 아름다운 것들을 나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시작하며 낭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나만의 시선에서 찾아낸 대상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내가 나만의 시선을 찾게 된 계기는 ‘사진’이었다. 조선대학교에 온 후로부터 무언가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이 많아졌고, 비로소 나의 시선과 낭만을 찾을 수 있었다. 조선대학교의 어떤 것들이 나의 시선을 기록하도록 했을까?
조선대학교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긴 건물의 본관이다. 본관은 가장 높은 곳 에 있어 어디서든 보이며, 크고 웅장해 위엄이 있다. 뾰족한 모양이 연달아 길게 뻗어 있어 산의 형상과 비슷하여 산간에 있는 학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이외에도 여러 건물에서 흥미로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대학 건물은 원형으로 기둥이 곳곳에 박혀 있다. 이러한 모양은 건축의 일반적 모양인 수직의 구축적인 느낌에서 벗어난 형태로 자유로운 느낌을 가져다 준다. 또한 하얀색에 드문드문 색이 채워져 있는 것이 마치 도화지에 채우는 그림을 연상시킨다. 여러 모양과 형태로 미술대학의 예술적 면모와 잘 어울리는 형태의 건물이다. 이와 반대로 IT융합대학 건물은 직사각형이며 네모난 창문이 벽을 이루어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으로 IT라는 학문과 잘 어울린다. 이외에도 여러 건물은 각 대학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나타낸다. 보는 사람이 그 대학을 연상케 하도록 하는 것이 구경하며 다니는 데에 재미를 붙여주었다. 조선대학교의 건물은 획일화된 교육의 모양이 아닌 그 건물의 정체성과 연관된 다양한 모양으로, 어떤 걸 배우고 느끼는 곳인지 생각하게 해주고 그 분위기에 마음을 맞추게 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건물뿐만 아니라 각 공간에도 그 공간의 정체성이 묻어나 있다. 글로벌 기숙사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길엔 지름길이 있다. 그 지름길은 나무가 양옆으로 울창하게 솟아 있어 나무 동굴에 있는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가장 피곤할 아침 등굣길이나, 저녁 하굣길에 그 길을 걸으면 나무 사이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며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산책길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조용한 가운데 새 소리나, 나무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때면 마치 울창한 산속에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또 IT 융합대학 건물 5층에 있는 ‘하늘 광장 마당’이라는 이름의 장소는 하늘을 잘 보여주는 장소이다. 저 너머의 학교와, 그 뒤 광주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고, 그 위로 높게 뻗은 하늘의 모습은 나를 압도할 정도로 거대하다. 낮에는 파란 하늘을, 밤에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넓게 보여준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간식과 함께 그곳에서 친구들과 휴식 시간을 갖곤 한다. 그 시간은 ‘하늘 광장 마당’이라는 이름에 매우 걸맞게 하늘에서 모인 듯한 기분이 든다. 이외에도 ‘IT 오솔길’, ‘천국의 계단’ 등 학교 안에는 여러 장소와 그 장소에 걸 맞는 이름이 있는데, 그것엔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있고, 하나하나 누릴 수 있는 면모가 있었다.
대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대상 자체의 아름다움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과 조화를 이루고 있느냐 에 따라 새로운 아름다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선대학교는 시시각각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시간의 모습이 오롯이 잘 드러나 대상을 더욱 빛나게 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곳곳에 있으며, 뒤에는 산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환경은 계절에 따라 분위기를 바꿔가며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또한 계절마다 그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봄에는 길에 쭉 펼쳐진 벚꽃 나무 사이를 걸으며 봄의 설렘을 즐기고, 여름에는 학교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장미 정원에서 향기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가을에는 피어있던 모든 식물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보며 익어가는 나의 한 해를 마무리해 보기도 한다. 아직 맞이하지 못한 겨울은 어떠할지 이 세 계절이 준 즐거움으로 인해 더욱 기대된다.
감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 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 무한한 것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감상이며, 낭만이다. 조선대학교의 재미있는 건물, 아름다운 장소, 다양한 분위기 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재미를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이로써 나의 ‘특별한 시선’을 찾도록 해 주었다. 나는 나만의 시선으로 학교 안 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넓게, 무한히 보게 되었다. 앞으로 그 속에서 낭만을 누리며 마음 만은 풍요롭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